목회칼럼

Jesus Love Church Pastor Column

20190310/ 오치용 목사/ 있는 모습 그대로

Author
admin
Date
2019-03-10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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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모습 그대로

오치용 목사

지난 수요일 재의 수요일로부터 40일 간의 사순절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전통적으로 이 기간은 말씀과 기도, 생활 속에서의 절제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깊이 묵상하고 따라가는 시간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사순절 기간에 저는 색다른 것을 한 가지 더 하게 되었습니다. 주중에 교단에서 사순절을 맞아 묵상 글을 쓰는데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묵상 글이 아니라 우리 교단의 평화위원회에서 쓰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묵상 글이었습니다. 한반도 평화와 말씀 묵상의 조합이 저에게도 낯설게 여겨졌지만 좋은 취지라는 생각에 무턱대고 하겠다고 수락을 했습니다. 그래서 사순절 기간 동안 이 지면에도 그 묵상 글을 틈틈이 나눌까 합니다.

모니카 마시아스라는 분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분은 적도 기니라는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에서 대통령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쿠데타의 위험을 피해서 세 자녀를 당시 친분이 있던 김일성 주석에게 보냈습니다. 7살이던 1978년 평양으로 온 그녀는 아버지가 암살 됐다는 소식에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북한에 남았습니다. 그녀는 20대까지 평양에서 살게 되고 이후 30대에는 한국에서도 살게 됩니다. 그래서 그녀는 평양과 서울 억양이 섞인 우리 말을 사용합니다. 두 나라를 다 살아본 모니카에게 남한과 북한은 ‘체제는 달라도 같은 나라’ 였습니다. 중국 사람과 북한 사람은 같아 보여도 사고 방식이 다른 반면 북한과 한국은 사고 방식, 성격, 음식, 도시의 냄새까지 모두 똑같다는 것입니다. 그런 그녀도 북한에 있을 때는 남한과 미국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고 경험한 후에 그 편견을 깹니다. 한국에 왔을 때 마주 오던 승용차가 신호도 주지 않고 그냥 들어오니까 버스 기사 아저씨가 “야 이놈, 이 새끼야!” 하고 욕을 하더랍니다. 그녀는 깜짝 놀랐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하는 것과 똑같은 욕이었기 때문입니다. 모니카는 남북이 이렇게 공통점이 많은데 서로를 너무 모르는 가운데서 편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사도행전 10장에서 베드로는 환상 중에 보자기 속에 있는 온갖 짐승들과 새들을 잡아먹으라는 음성을 듣지만 속되고 부정한 것은 절대로 먹을 수 없다고 버팁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 것을 속되다고 하지 말라는 음성을 듣습니다. 이후 고넬료의 집을 찾아가 사람들과 만난 베드로는 그제서야 하나님의 뜻을 알게 됩니다. 유대인과 이방인이 가까이 하던 것이 불법이던 시절, 사람을 속되다거나 부정하다고 하지 말라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었습니다. 속되고 부정하다는 생각은 만나고 나서야 허물어 집니다. 얼굴을 마주 대하고 보니 저들도 나와 같은 사람임을 베드로는 깨닫습니다. 남과 북은 얼마나 서로에 대한 편견과 오해에 사로 잡혀 있을까요? 그래서 우선 자주 만나는 일이 필요합니다. 무슨 일이든 자주 만나 얼굴을 보고 대화를 해야 합니다. 모든 경계를 허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서 우리도 마음을 열고 서로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신앙이 우리가 쳐놓은 울타리들을 허물고 넓히는 과정이라면 남과 북은 지금 우리가 허물어야 할 가장 큰 울타리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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