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Jesus Love Church Pastor Column

20200614/ 오치용 목사/ 고별사(告別辭)

Author
admin
Date
2020-06-2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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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별사(告別辭)>

오치용 목사

저는 글을 쓰기 전에 워밍업 하는 시간이 긴 편입니다. 뭘 어떻게 쓸까 생각하는 시간을 포함해서 이것저것 딴짓도 하고 커피도 한 잔 마셔야 겨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 글 을 시작하는 데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고별인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았나 봅니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오겠지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급작스러울 줄은 몰랐 습니다.

예수사랑교회와의 인연은 5년 전 임시 설교자로서였습니다. 임시로 설교할 사람을 찾는다는 소식에 잠시 쉬고 있던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의무처럼 느껴졌습니다. 가겠다고 수락 하고 보니 집에서 멀지 않은 샴버그가 아니라 두 시간 반 거리의 샴페인이었습니다. 그렇게 두 주 설교를 하고 두 주 후에 다시 설교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다시 6주 동안 그 거리를 오가면서 설교했습니다. 오해로 시작된 걸음에서 파송을 받아 예수사랑교회에서의 목 회를 시작했습니다.

시골교회에서 처음 목회를 시작했던 해를 제외하곤 학생들과 지내본 적이 없었습니 다. 그런데 마치 이때를 위해서 지금까지 나를 준비시키셨나 싶을 정도로 학생들과 보내는 시 간들이 좋았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의 설교를 준비하고 성경공부도 6-7개씩 했습니다. 시간이 나는 대로 학생들을 만나 밥을 먹었습니다. 학생들도 적지 않은 나이의 저를 고맙게도 잘 받 아주었습니다.

가을 학기를 시작하면서 신입생들을 맞이하는 멘토링 파티, 정착 사역에 땀 흘리던 여러분들의 순수한 열정이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매년 함께 어울려 놀고 뜨겁게 찬양하고 서 로를 보듬던 수련회에서의 시간도 잊지 못할 것입니다. 금요예배 때마다 열어 놓은 창문으로 들어와 우리를 감싸던 산들바람의 감촉도 기억할 것입니다. 두 시간 반의 긴 종강 예배를 마 치고도 아쉬워 떠나지 못했던 늦은 밤들도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먼저 찾아오지 못하는 학생 들을 위해 시작했던 티타임을 한 번씩 들렀다 가는 정거장처럼 만들어주었던 시간들도 고마웠 습니다. <신앙으로 전공을 생각한다>를 통해 자신의 공부와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던 모습들 이 눈에 선합니다. 주보 <우리들의 이야기>에서 나눠주었던 여러분들의 삶과 신앙의 이야기는 신앙은 목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습니 다. 기말고사 기간 캐어 패키지를 만들어 여러분들이 공부하던 도서관을 찾아다니던 밤거리도 가슴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공부가 가장 힘들다는 현실을, 그 현실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 이 목회라는 걸 그때 배웠습니다. 교회 바깥의 학생들을 초청해 함께 밥을 나누었던 <친초밤> <밥심>도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시간은 개인적으로 마주 앉아 여러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습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 그때만 할 수 있는 고민들, 진지한 신앙의 고백들, 풋풋한 연애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함께 마음 졸이고 애타하며 울고 웃었던 시 간들은 정말 그리울 것 같습니다.

매 학기 여러분들을 떠나보내는 일들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정이 들어 더 같이 있 고 싶어도 때가 되면 어김없이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이별은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가 않습 니다. 이별할 때마다 가슴에 난 커다란 구멍 하나를 늘 확인해야 했지요. 재정적인 어려움은 항상 고민해야 했습니다. 재정에 신경 쓰지 않고 목회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할 때가 많 았습니다.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계속 헌금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책임지는 사람 이 적을수록 그 공동체는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졸업한 친구들이 샴페인이 그리워 찾아왔을 때 나라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좋겠 다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됐습니다. 군대 갔다가 자기 복학할 때까지 다른 데 가면 안 된다고 말한 친구들에게도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합니다. 코비드 19에 방학이라 얼굴 보 고 인사를 나눌 수 없는 것도 아쉽습니다. 먼 훗날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다들 잘 살고 있는지 만나보고 싶은 소원이 있습니다. 언젠가 다시 볼 때 부끄럽지 않게 예수사랑에서 함께 나눈 신앙과 삶을 서로 잘 살아내도록 해요. 여전히 어지러운 세상을 보면서 절망하다가도 하나님 주신 꿈들을 가슴에 품고 살아보려는 여러분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걸음을 떠올리면서 다시 희 망을 품습니다. 인생에 가장 소중한 시기에 여러분들의 목사로 살 수 있어서 행복했고 그걸 내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라 여기며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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