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Jesus Love Church Pastor Column

20171217/ 목회칼럼/ 존재를 맑게 닦아낸 사람

Author
admin
Date
2017-12-18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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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를 맑게 닦아낸 사람


오치용 목사


오랜만에 MBC의 시사 프로그램인 <피디수첩>을 시청했습니다. 해고 당했던 PD가 사장이 되어 돌아왔고, 지난 5년 간 카메라를 떠나 있다 복귀한 아나운서가 첫 방송의 MC를 맡았습니다. 제목은 'MBC 몰락, 7년의 기록'이었습니다. 지난 7년 동안 자신들이 어떻게 국민들에게 외면 받아왔던가 하는 반성문이었습니다. 촛불 시위가 계속되던 지난 겨울 광화문에서 기자들이 들었던 것은 "어렵게 공부해서 그렇게 사느냐" "너희들은 언론도 아니야", "기레기들" 이라는 말들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정권의 입맛대로 방송을 길들이기 위한 문건이 있었고 그 문건에 따라 방송들은 폐지되고, 진실은 은폐되고, 사람들은 방송출연을 금지 당해왔던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당한 압력에 맞서 싸운 사람들이 있었고, 시류에 편승해 권력에 협조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맞서 싸운 사람들은 직장을 잃거나 한직으로 밀려났습니다. 반면 권력에 줄을 댄 사람들은 출세와 번영을 누렸습니다. 새로운 시대가 되어 양쪽의 입장이 바뀌게 됐습니다. 영원할 것 같던 권력은 얼마 가지 않아 무너졌고 권력에 협조해 영화를 누리던 이들은 비루한 신세가 됐습니다.


진실한 언론인이기를 희망했던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아픔과 억울함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언론이 제 길을 잃었을 때 가장 피해를 본 사람은 다름 아닌 힘없는 국민이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생떼 같은 자식을 잃고도 잘못된 언론 보도에 의해 다시 깊은 상처를 입어야 했습니다.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왜곡된 보도에 진실은 깊숙이 감추어졌습니다. 다시 방송에 복귀해 지난 과거를 반성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개인의 안위를 추구하다 부끄러운 신세가 된 사람들을 보면서 지금 시험 공부에 힘겨워하고 있을 여러분을 생각했습니다. 그 사람들도 여러분과 같이 꿈을 꾸며 열심히 공부하던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무엇이 이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 다른 길을 걷게 했던 걸까요?

결국 사람이 문제입니다. 단지 언론인이 되려 했던 사람과 소명을 가진 언론인이 되고자 했던 사람, 현실에 타협하며 생존의 길을 선택했던 사람과 진실을 고수하며 고난의 길을 선택했던 사람, 자기 이익과 명예를 우선했던 사람과 동료와 국민을 먼저 생각했던 사람, 둘을 명확히 가를 수는 없겠지만 그 중간 어디쯤엔가 갈림길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 갈림길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고민하지 않았던 '사람', 그 존재의 무게감이 다른 길을 걷게 했을 것입니다. 저는 가끔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나와 함께 지내던 학생들 중에 저렇게 자기 먹고 사는 일에만 관심하다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사회를 오염시키는 사람이 나오면 어쩌나 하는 괜한 걱정 때문입니다. 사회는 갈수록 '소유'를 채우려 하지만 그리스도인은 갈수록 '존재'의 깊이를 더해가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를 새로운 피조물로 지으신 그분께서 매일 우리를 빚어가시기 때문입니다. 그분께 자신을 맡기고 자기 존재를 맑게 닦아낸 사람 하나가 이 사회를 비추는 그리스도의 빛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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