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Jesus Love Church Pastor Column

20180225/ 오치용 목사/ 식탁의 하나님 나라

Author
admin
Date
2018-02-26 15:33
Views
67

식탁의 하나님 나라

오치용 목사

지난 화요일에 이번 학기 첫 번째 '밥심'이 있었습니다. 준비를 위해서 전날 월요일 저녁에 교우들이 많이도 모였습니다. 주 메뉴는 닭곰탕이었습니다. 그 많은 닭을 잘라내고 여러 솥에 나눠서 푹 끓였습니다. 삶아진 닭을 다시 꺼내 살과 그 외의 부분을 분리하고 잘게 뜯어내는 것도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인원이 제법 모였는데도 준비과정에만 세 시간이나 걸렸습니다. 많은 양의 음식을 준비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교회 밖 학생들을 위해 모처럼 식탁이 차려졌습니다. 밥을 먹으러 온 사람들은 아주 맛있다며 두 그릇씩 먹는 사람들도 꽤 됐습니다. 그런데 생각만큼 많은 사람들이 식사하러 오지는 않았습니다. 모처럼의 식탁이어서 그랬는지, 덜 알려져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음식이 꽤 많이 남았습니다. 저녁 늦게까지 수고한 손길들이 많은데 약간 힘이 빠졌습니다. 수는 자신에게는 강박이고 다른 이에게는 폭력이 되기도 합니다.

아쉬운 마음으로 있었는데 정리가 끝나고도 한참 지난 오후에 한 친구가 밥을 먹으러 오겠다고 했습니다. 시험 시간이 겹쳐서 제 시간에 올 수 없었던 겁니다. 교회 처음 와 본다는 친구도 같이 데리고 왔습니다. 두 사람과 함께 저도 이른 저녁을 먹는다 생각하고 남은 닭곰탕을 다시 끓여서 같이 먹었습니다. 연신 맛있다며, 집밥 먹는 거 같다며 두 사람은 그 많은 양을 거의 다 비워냈습니다. 비 오는 날 창가에 앉아 시험 두 개 치고 지친 몸에 늦은 점심을 먹는 친구, 교회에 처음 와 본다는 친구와 함께 먹고 일어서니 아까 사람이 적게 왔다고 아쉬워했던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것으로 식탁을 차릴 충분한 이유가 됐구나 싶었던 거지요.

그렇게 두 사람을 보내고 우리가 처음 밥심의 식탁을 차리려고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누군가는 교회 밖의 사람들을 전도하기 위한 미끼로 이 밥심 행사를 생각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라면 우리는 사람을 목적으로 대한 것이 됩니다. 뭔가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그저 밥 한 끼 대접하고 싶었고, 그로 인해 교회의 문턱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런 이유라면 굳이 많은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겠다 싶었고, 더군다나 한 끼 식사가 지치고 배고픈 누군가를 위로한다면 그건 더 의미가 있는 일이겠다 싶었습니다. 예수님의 식탁을 생각합니다. 그 식탁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식탁이었습니다. 특별히 사회로부터 구별 당하고 배제 당하던 사람들이 초대 받던 식탁이었습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시던 하나님 나라는 바로 그 식탁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밥심의 식탁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구별 없이 누구나 올 수 있고, 비록 한 끼지만 마음이 어렵고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 보듬는 식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준비하는 사람이든, 먹는 사람이든 누구나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는 식탁이기를 바랍니다. 두 번째 식탁이 4월 17일에 차려질 예정입니다. 그때도, 앞으로도 그런 식탁이었으면 합니다. 수고한 모든 분들께 다시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Total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