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Jesus Love Church Pastor Column

20180923/ 오치용 목사/ 상처 입은 치유자

Author
admin
Date
2018-09-24 20:50
Views
45

영원히 남는 관계

오치용 목사

저는 이 칼럼을 LA에서 쓰고 있습니다. 지난 목요일부터 3일간 이곳에서 열리는 Trauma & healing in the Korean church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제목에서 보듯이 사람들이 겪는 트라우마와 치료에 관해 배우는 세미나입니다. 사실 지난 주와 이번 주가 무리가 되는 일정입니다. 무리를 해서라도 참석한 이유는 저에게 생소한 이 분야에 대해 배울 필요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참여하면서 몸은 피곤해도 오길 잘했다 싶습니다. 배우고 느낀 것이 적지 않습니다. 사람이 겪는 트라우마는 다양합니다. 특히 한민족은 굴곡 많은 역사를 통해서 여러 세대에 걸쳐 내면에 깊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민뿐만 아니라 유학도 자신의 삶의 뿌리가 통째로 뿌리 뽑혀 옮겨지는 일이기 때문에 트라우마가 될 수 있습니다. 개인의 삶에서 겪는 사건들 역시 그 사람의 인생에 깊은 트라우마를 남깁니다. 이해할 수 없는 지금의 모습도 거슬러 올라가보면 치유되지 못한 과거의 상처가 나를 괴롭히기 때문입니다.

둘째 날 오전에는 자신 안에 있는 트라우마를 솔직하게 꺼내 놓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두 시간 반 동안 참석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들을 조심스럽게 꺼내 놓았습니다. 고통스러웠던 과거 혹은 여전히 현재형인 이야기, 그동안 겪었을 고통을 짐작하게 하는 일그러진 얼굴,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 정리 조차 할 수 없었던 사건, 남들 보기에 성공적이었던 삶의 이면에 숨어있던 실패와 아픔, 이런 자리에서 조차 차마 꺼낼 수 없는 사연, 모두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상처들의 향연이었습니다. 상처 앞에서는 어른도 아이도 없습니다. 그동안 어른으로서의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왔지만 어디서도 자기 상처를 드러내지 못했던 연약한 한 사람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자기 연약함을 나누고 눈물을 훌쩍이던 그 모습들이 왜 그렇게 아름답게 보였는지요. 아무렇지도 않은 척, 강한 척 할 때가 아니라 상처 받은 자기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낼 때 그 사람의 영혼이 보였기 때문일 겁니다. 자기 상처도 감당 못할 것 같은 사람들이 상처 받은 다른 이들을 공감하고 서로의 눈물을 닦아 주고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상처 입은 사람이 누구보다 상처 입은 사람들을 공감해 줄 수 있다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상처 입은 치유자라는 말은 진실입니다.

트라우마의 치유는 상처를 인식하고 대면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 거지요. 그 후에도 치유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놀랍게도 치유를 가능하게 하는 일은 어떤 특별한 방법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누리고 있는 평범한 일상들입니다. 매 순간 쉬고 있는 숨, 주변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즐거운 시간, 사람들의 손길, 운동, 음악, 자연,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의 일상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일상의 섭리가 놀랍습니다. 큰 숨을 한번 쉬어 봅니다. 내가 인지하고 있는 상처들을 들여다 보면서 아직 끄집어 내지 못한, 그럼에도 나를 형성하고 있는 상처들은 없는지 살펴 봅니다. 사람들이 새롭게 보입니다. 다시 돌아갈 일상이 새롭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상처와 치유가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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