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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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6/ 오치용 목사/ 아카데미의 두 한국 영화

Author
admin
Date
2020-02-18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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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두 한국 영화

오치용 목사

벌써 한 주가 지났으니 좀 뒷북인가 싶긴 합니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4개의 상을 수상했습니다. 비영어권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한 것이 아카데미 92년 역사상 처음이라고 합니다. 평소에 상 주고 평가하는 사람들의 권위를 별로 신뢰하지 않는 편이지만 제 마음도 같이 들떴습니다. 미국에서 소수 인종으로 살아가다 보니 느끼는 어쩔 수 없는 감정인 것 같습니다. 동네 극장에서 한국 영화를 볼 때도 그랬지만 미국 사람들끼리 주고받던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가 인정받고 한국말로 수상 소감을 들을 때도 묘하고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 전에 봉준호 감독은 오스카 영화제를 가리켜 “They’re very local.”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신들을 중심이라고 생각했던 미국 사람들과 변방이라고 생각했던 한국 사람들 모두를 일깨우는 말이었습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말 역시 개인에게만 아니라 모든 인종에게도 해당되는 말일 것입니다.

영화라는 문화적 콘텐츠가 인정받았다는 기쁨과 더불어 영화가 이야기하는 메시지를 곱씹어 보게 됩니다. 기생충은 우리 사회 빈부 계급의 격차를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그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얼마나 요원한 일인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가슴 서늘하게 보여줍니다. 그런데 이런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조차도 자본의 힘에 의해서만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가 주목받자 사람들은 영화 촬영 장소를 관광 명소화하면서 가난의 현실마저 상품화하려고 합니다. 영화와 영화를 만든 사람들에 주목하느라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가 묻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문화가 세계적인 인정을 받은 것이 현실이듯이 극복하기 어려운 계급의 문제 역시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오늘도 누군가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지하세계에서 이마에 피를 흘려가며 모르스 부호를 지상으로 올려 보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신앙은 그 현실에 도전하도록 하는지, 아니면 적응하며 살도록 하는지, 영화의 수상을 기뻐하면서 동시에 물어야 할 질문입니다

기생충만큼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에 오른 또 하나의 한국 영화가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부재의 기억>입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의 영상과 통화 기록을 중심으로 만든 이 영화는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올랐습니다. 비록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한국 다큐멘터리 역사상 처음으로 아카데미 본상 후보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시상식에는 감독과 함께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어머니 두 분이 참석했습니다. 두 어머니는 아들과 다른 아이들의 명찰을 목에 걸고 레드 카펫 위에 섰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기억해달라고 말했습니다. 5월에 세월호 극단 분들이 미국에 오셔서 투어를 하십니다. 시카고에도 들르시는 일정이라 우리 교회도 모시고 싶었는데 종강 후라 생각을 접었습니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 중입니다. 아이디어들을 보태 주시면 좋겠습니다. 마음으로만 담아왔던 일, 손과 발로 섬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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